원달러 환율 13.3원 오른 1529.7원 마감... 튀르키예 리라보다 더 약세
"강달러·외국인 매도세·한미 금리 차 등 약세 요인 누적"
4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지난 3월 31일(1530.1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종가다.
이날 원화 환율은 13.6원 오른 1530원에 출발해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 10일(155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개장 환율을 보였다.
원화 환율은 장 초반 1530.8원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1520원대 후반에서 움직였다.
이날 오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 이후 튀르키예 리라보다 약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11거래일 연속)을 깬 가운데 주요 통화 중 원화 약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각국 42개 통화 중 30개가 중동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대비 지난 6월 2일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 원화 가치 하락률은 4위(-5.06%)로 집계됐다.
이집트 파운드(1위·-7.82%), 필리핀 페소(2위·-6.71%), 인도네시아 루피아(3위·-6.24%) 등에 이은 순위다.
연간 30%대에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통화 가치가 추락한 튀르키예 리라(6위·-4.30%)보다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들은 스웨덴 크로나(8위·-2.76%), 일본 엔(9위·-2.31%), 스위스 프랑(13위·-1.62%), 유로(16위·-1.38%), 캐나다 달러(18위·-1.16%), 영국 파운드(29위·-0.17%) 등 0~2%대 통화 가치 하락을 보였다.
지난 6월 2일까지 통화 가치 변동률을 보면 원화는 연초 대비 해서는 4.92% 하락해 42개 통화 중 다섯째로 약세였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약세가 더 가속화해 5.06% 하락한 넷째 약세 통화가 됐다.
◇외국인 매도 폭탄 이어져
환율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역전 현상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중동 전쟁 이후 강달러 지속,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 등으로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이 겹겹이 쌓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날도 외국인들의 ‘팔자’ 행렬이 이어져 6조원 넘게 물량을 던졌다. 지난달 7일부터 19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이는 2020년 3월 5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초부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강달러와 글로벌 금리 상승,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로 환율 상방 압력이 높은 국면에서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는 등 굵직한 원화 약세 재료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호황에도 한국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쥐고 있는 데다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 1500원 초반대 원화 환율을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금리가 올라 한미 금리 격차가 좁혀져도 유의미하게 환율이 내려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