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제한' 제동에… 트럼프 "대법원, 좌파에 굴복"

'미국판 사전 투표'
트럼프, 왜 문제삼나

3줄 요약
대법원 중간선거 앞두고 하급심 결정 유지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신규 요건 부과
민주당 지지층 우편투표 적극 이용
2024년 1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투표용지 처리센터에서 선거 관계자들이 우편투표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진한 우편투표 제한 조치의 집행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FP 연합뉴스
2024년 1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투표용지 처리센터에서 선거 관계자들이 우편투표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진한 우편투표 제한 조치의 집행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FP 연합뉴스

“급진 좌파에 굴복했다. 미국을 100년 후퇴시킨 결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연방대법원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우편투표 제한 시도에 제동을 걸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일부 대법관은 미쳐 있고 타락한 민주당원들에게 겁을 먹고 있다”며 “우편투표는 국가를 파괴하는 사기극”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각 주(州) 정부가 통일된 형식의 우편투표 봉투를 채택하고, 유권자 명단을 제출해야만 투표용지를 배달하게 했다. 그러자 일부 유권자 단체와 민주당 주정부는 이 조치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혼란을 초래하고, 각 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지난 6월 연방항소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우편 투표 제한 조치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14일 7(찬성)대 2(반대) 의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긴급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이날 트럼프는 대법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가 이처럼 집요하게 문제 삼는 미국의 ‘우편 투표(mail-in voting)’는 일종의 ‘미국판 사전 투표’다. 선거일 전에 미리 표를 던진다는 점은 같지만, 한국처럼 유권자가 사전 투표소에 직접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우편으로 보내거나 지정된 투표함에 넣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주마다 투표 방식도 다르다. 현재 29주는 별다른 사유 없이 누구나 우편 투표를 신청할 수 있고,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등 8주와 워싱턴DC는 등록 유권자 모두에게 투표용지를 자동 발송한다. 반면 13주는 질병이나 장기 부재 등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우편 투표를 허용한다.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아 후보를 선택한 뒤 서명해 보내면 선거 당국이 유권자 등록 정보와 서명을 대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사전투표와 달리 투표가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고 우편망을 거친다는 점 때문에 본인 확인과 투표용지 관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 지지층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정치적 논란이 되어 왔다. 특히 2020년 대선 때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 지지층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트럼프는 줄곧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자는 우편·조기 투표를, 공화당 지지자는 선거 당일 현장 투표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초반 공화당 후보가 앞서다가 뒤늦게 집계되는 우편투표에서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오며 격차가 좁혀지는 이른바 ‘블루 시프트(blue shift)’ 현상도 나타난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우편 투표가 민주당의 부정 선거에 악용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도 “(대법원 판결이) 민주당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무대가 활짝 열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가 우편투표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과 우편투표가 실제 선거 조작 수단이라는 주장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선거 연구 기관들과 다수 연구는 우편투표에서 실제 부정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대규모 부정이 광범위하게 벌어진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편투표 확대가 민주당에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 역시 뚜렷하지 않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