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쓰는 위성에 슬금슬금… 러, 우주서 무언의 위협 압박?

 러 위성, 595㎞ 고도서 우크라軍 사용하는 美등록 위성에 500m 내 접근
16일 트럼프의 러시아 경유수출 제재 유예 발표 후 멀어져
미 우주 전문가들 "매우 위협적"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엔…"

러시아 위성인 ‘코스모스(Kosmos) 2612호’가 지난 18일 민간 위성 영상 제공사인 아이스아이(ICEYE)가 미국에 등록한 위성인 ‘아이스아이-X36호’에 “극도로 가까운 거리”인 500m 이내로 접근했다가, 이후 다시 멀어졌다고, 민간 우주감시 서비스사인 레오랩스(LeoLabs)가 발표했다.

핀란드 회사인 아이스아이는 지구 표면의 3차원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제작해 운영하는 회사로, ICEYE X-36호는 2024년에 발사됐다. 이 회사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2년 8월 보유 위성 중 한 개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1월부터는 ICEYE사의 우주 기반 데이터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계약도 맺었다.

지구 표면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ICEYE의 위성. 러시아의 한 위성이 지난 18일 이 중 하나에 대해 저궤도에서 500m까지 접근하는 위협적인 기동을 했다./ICEYE
지구 표면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ICEYE의 위성. 러시아의 한 위성이 지난 18일 이 중 하나에 대해 저궤도에서 500m까지 접근하는 위협적인 기동을 했다./ICEYE

SAR은 밤낮에 관계없이, 또 악천후나 짙은 연기 등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있는 상황에서도 지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타깃 선정 등 여러 군사적 목적으로 ICEYE 영상을 활용해왔다.

코스모스 2612호가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 두 위성은 모두 지구 표면에서 약 595㎞ 높이의 궤도를 날고 있었다. 초속 7.6㎞로 나는 점을 고려하면, 두 위성 간의 이 같은 거리는 “매우 위협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우주 군사 전문가들은 뉴욕타임스와 미 군사매체 TWZ에 말했다.

러시아는 앞서 4월 17일 소유스(Soyuz) 로켓으로 6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군사용 목적으로 추정되는 이 위성들엔 일반적인 ‘코스모스’라는 명칭과 2609호부터 2614호까지의 번호가 부여됐다. 미국은 이들 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다른 물체에 접근해 랑데부하고 근접 기동을 하는 이른바 ‘사찰 위성(inspector satellite)’으로 추정했다.

레오랩스에 따르면, 코스모스 2612호는 9월 30일부터 약 2주 간 미국 등록 위성 ICEYE- X36호에 접근하기 위한 궤도 기동을 시작했다. 1주일 전쯤에는 ICEYE-X36호와 거의 같은 궤도에 진입했다. 레오랩스 측은 “고도 595㎞의 고도에서 처음엔 두 위성 간 거리가 약 484㎞ 떨어져 있었으나, 10월18일에는 500 m이내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ICEYE 사는 러시아 위성의 위협적인 근접 기동을 파악했으나, 위성 간 충돌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어서 회피 기동을 하지 않았다.

이후 코스모스 2612호는 더 높은 궤도로 올라갔고, 19일 오후 두 위성 거리는 402㎞로 넓혀졌다. 두 위성 간 거리는 시간당 약 16㎞의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코스모스 2612호가 왜 이렇게 명백히 비정상적인 기동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궤도상에서 타깃 위성을 근접 추적하면, 타깃 위성의 능력과 취약성, 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전자기적 수단으로 타깃의 기능을 저하하거나 물리적 충돌로 파괴할 수도 있다. 또 로봇 팔 등을 통해 위성을 포획하거나 궤도 밖으로 끌어낼 수도 있다. 에어로졸을 분사해 광학장비나 태양전지판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이런 실제적인 공격이 수행되지 않았더라도, 위협적인 기동만으로도 ICEYE-X36호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관측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상당한 교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위성이 사용할 수 있는 연료는 제한돼 있다. 따라서 타깃 위성이 ‘괴롭힘’이나 위협을 피해 기동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연료를 소모하면, 전체 운용 수명은 줄어든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은 실제로 적의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우주기반 시스템을 계속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9월 16일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 미국의 무기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레오랩스 보고서는 “이번 사건은 통상적인 위성 근접 조우(conjunction)나 단순한 근접 통과(flyby)가 아니었다. 통제된 접근, 상대적 위치의 변경, 근접 거리에서의 체류, 추가적인 소규모 기동, 그리고 통제된 이탈이 일련의 과정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0년 1월 30일에는 또 다른 러시아 위성인 코스모스 2542호, 2543호가 미국의 KH-11 정찰위성 USA 245호에서 약 150~300km까지 접근해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기동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코스모스 2542호는 2019년 11월 우주 공간에서 코스모스 2543호를 방출했다. 코스모스 2543호는 2020년 7월 23일 또 다시 더 작은 물체를 발사했다. 우주기반 위성 파괴 무기로 추정됐다. 마치 러시아의 전통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처럼 코스모스 2542호→2543호→소물체 식으로 계속 안에서 후속 우주 물체가 나온 것이다.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

한편, 이번 코스모스 2612호와 ICEYE-X36호의 궤도상 근접 조우에 대해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턴 스워프는 미국 언론에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합의한 트럼프·푸틴 간 통화(10월9일), 트럼프의 러시아 경제 제재 일부 유예 발표(10월16일)와 코스모스 2612호의 후퇴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형적으로 매우 적대적인 행동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테스트한다”며 “이번 작전의 목적은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단순 위협, 과시에서부터 미국에 등록된 위성의 직접적인 파괴 또는 사보타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주 감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스모스 2612호가 다시 ICEYE-X36호에 다시 접근할 수도 있고, 4월에 함께 발사된 다른 코스모스 위성 5기가 접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통 이런 사건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