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 미사일 동나고, 美는 젤렌스키 퇴진 요구… 사면초가 우크라

전쟁 4년 만에 최악 위기 빠져

지난 13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미사일 39발과 드론 128대를 동원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한 미사일은 4발에 그쳤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미사일 39발과 드론 128대를 동원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한 미사일은 4발에 그쳤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바닥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 1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발전소 등 핵심 시설을 공격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미사일을 막기 위해 마지막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다. 미국산 미사일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이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4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방공망 붕괴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쟁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성정보 공유도 제대로 안돼

패트리엇 미사일 부족 사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과의 갈등으로 군용 위성 정보 이용에 수십시간 제한을 받았다.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군용 서비스 ‘스타쉴드 시스템’에 속도·운영 제한을 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인 드론 통신망과 실시간 정찰·타격 체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크라이나의 강점인 드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던 조기 경보 위성 정보 공유 또한 비슷한 시기 축소·중단됐다. 위성 조기 경보가 끊기면서 우크라이나는 탄도미사일이 영공에 진입한 직후, 즉 미사일이 떨어지기 1~2분 전에야 공격을 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실드 시스템은 이틀 뒤 복구됐지만, 조기 경보 위성 정보 공유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우크라 공격 재개에 트럼프 “수치”

우크라이나에 닥친 위험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디젤 수입을 허용하는 물밑 합의를 진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는 합의를 발표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서로의 정유소·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는 ‘에너지 휴전’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깊은 배신감을 토로하며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15일 “트럼프는 본능적으로 독재자나 억만장자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며 “그가 우리 편이 아닌 상대방 편을 들 때 정말 고통스럽다. 솔직히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자금줄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15일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라쟌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을 공격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에너지 휴전’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공격받은 정유시설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곳으로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한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재개에 대해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젤렌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 선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리더십 교체 필요성을 재차 제기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또한 “끝없는 유혈 사태를 고집하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젤렌스키는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유럽은 젤렌스키-트럼프 중재

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위 산업 협력 및 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를 공식 발표하며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했고, 독일 또한 지난 13일 연방정부 차원에서 방공 시스템 추가 포대 및 방공 미사일 인도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유럽연합(EU) 27국은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이자 수익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의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사일과 정찰 정보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첨단 요격 미사일은 미국 록히드마틴이 독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지상 레이더만으로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사전에 감지해 요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유럽 주요국 수장들은 젤렌스키에게 트럼프와의 관계개선을 종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6일 유럽 측 외교관들은 “젤렌스키가 트럼프에 대해 한 말이 사실일지라도, 모든 속마음을 외교 무대에서 다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다”며 젤렌스키에게 발언 수위를 낮출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EU집행위 관계자 등도 젤렌스키에게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면적 외교적 단절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