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절반이 2030… "자산 관리? 자산 자체가 없어"

 [청년들의 고된 현실]
고용 절벽에 커지는 상실감

30대 실업률 3.2% 12개월 연속 상승세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62만원 기록
정부 청년미래보금자리론 반응 냉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2026.8.12 ⓒ 뉴스1 김진환 기자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29)씨는 중소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200만원 중반대 월급을 받고 있다. 최씨가 매달 저축할 수 있는 돈은 1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원룸 월세와 관리비 등에 80만원, 식비·교통비 등에 60만원을 쓰고 학자금 대출 상환금이나 통신비 등을 내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최씨는 “최근 온라인에서 청년에게 무료 재무 상담을 해준다는 홍보 글을 봤지만 오히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며 “여윳돈을 모을 수 있어야 자산 관리 상담을 받는데 나에겐 그런 자산 자체가 없다”고 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미래를 위한 자산 형성 자체가 힘겹다는 상실감이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와 경력직 선호 등으로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취업을 해도 전·월세 급등세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8일 청년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는 게 부담이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실업자 중 55%가 2030

청년의 어려움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고용 상황이다. 2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44.2%를 기록했다. 2024년 5월 이후 27개월 연속 감소세다. 과거 취업난은 새로 직장을 구하는 20대를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최근엔 30대까지 번지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대 실업률은 3.2%로 2025년 8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9월~2009년 9월까지 13개월 상승 이래 최장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전체 실업자 77만6000명 가운데 55%인 42만8000명이 2030대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정기 공채 대신 직무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에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20대 미취업자가 30대로 넘어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졸업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10년 48개월에서 올해 53.7개월로 늘었고, 대학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는 데까지 걸리는 첫 취업 소요기간도 같은 기간 9.5개월에서 올해 11.2개월로 늘었다.

◇소득 절벽에 자산 형성도 어려워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올라 청년들이 자산을 형성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62만원으로 전달 대비 1.7%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이 160만원을 넘은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목돈이 적은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연립 및 다세대 주택)도 서울 빌라 7월 평균 월세가 6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62만9000원)보다 6.52%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역대 7월 기준으로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전셋값 급등에 따른 월세 급등이 일어난 2021년 7월(12.64%) 이후 가장 높았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한 집값에 청년들만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2017년 5억2316만원에서 지난해 8억8900만원으로 69.9% 올랐지만,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357만7000원에서 7450만8000원으로 3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집값 상승세가 소득 증가세보다 높은 상황에서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근로 소득이 낮고 모아둔 자산이 부족해 주택 구입을 위한 초기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의 하나로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생애 최초로 4억원 이하 빌라 등 비(非)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집값의 최대 80%까지 대출해주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년에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직장인 김모(36)씨는 “시세 차익은커녕 언제 가격이 떨어질지 모르는 빌라에 청년들이 평생 갇히라는 것이냐”며 “청년들이 바라는 건 빌라를 졸업하고 자산 가치가 안정적인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인데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 수요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