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남북 교전·北주석궁 폭격… 게임이라 괜찮나, 선을 넘었나

'한반도 전쟁' 게임 출시 앞두고 논란

북한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4’ 속 장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 주석궁 일대를 공습하고 있다. /유튜브
북한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4’ 속 장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 주석궁 일대를 공습하고 있다. /유튜브

한 편의점에서 군인 여럿이 나온다. 한 군인이 “바나나 우유를 안 샀다”며 아쉬워하는 순간 무전기가 먹통이 된다. 곧이어 거리 가로등과 건물 불빛이 일제히 꺼지고, 폭발음과 함께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북한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4(모던워페어4)’ 한 장면이다. 게이머는 해병대 ‘박현준 이병’ 시점에서 전쟁에 뛰어든다. 정식 출시 전 기능 일부를 제한한 베타 버전 게임을 하며 이 장면을 유튜브로 방송하던 게이머는 “뭐야, 뭐야, 전쟁이야?”라며 놀랐다. 채팅창에는 “디테일이 엄청나다” “진짜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계열 게임사가 만든 1인칭 슈팅 게임 모던워페어4가 23일 공식 출시한다. 그런데 게임 출시를 앞두고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군이 기습 남침해 서울을 공격하고, 한미 연합군은 평양에 진격해 북한 권력 심장부를 폭격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는 한반도 현실을 상업적 오락거리로 이용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허구를 전제로 한 게임을 문제 삼는 것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최근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 '콜 오브 듀티:모던워페어4'속 장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 주석궁 일대를 공습하고 있다. /X
북한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 '콜 오브 듀티:모던워페어4'속 장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 주석궁 일대를 공습하고 있다. /X

모던워페어4는 세계적으로 5억장 넘게 팔린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최신작이다. 게임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22일 기준 모던워페어4는 세계 게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예약 판매만으로 판매 순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지난 5월 공개된 예고 영상은 조회 수 9700만회를 기록했다. 게임 제작사에선 예약 구매자들에게 정식 출시에 앞서 일부 기능을 제한한 베타 버전 게임을 미리 해볼 기회도 줬다. 게임을 접한 이용자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날까지 스팀DB에 등록된 리뷰 5886개 가운데 5399개(91.7%)가 긍정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게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는 한반도 현실을 상업적 오락거리로 삼았다는 논란이다.

실제 게임에서는 서울과 평양 도심을 오가며 남북 간 교전이 벌어지고, 수많은 군인이 총격과 폭발로 쓰러진다. 김정은을 연상시키는 북한 지도자 리승호가 김여정을 연상시키는 리주영에게 살해되는 장면도 나온다. 큰 줄거리도 강경파인 리주영이 온건파 리승호를 제거하고 전쟁을 일으킨다는 설정이다. 한미 연합군이 평양 주석궁 일대를 폭격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를 두고 촛불행동 대표는 유튜브에서 “한반도는 오랜 분단과 휴전으로 고통받아온 곳”이라며 “우리 민족이 서로 죽이는 게임을 만들어 상업화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모던워페어4 예고편 영상을 올리고 “북 도발 위험을 모르겠으면 게임 ‘모던워페어 4’라도 해보라”고 썼다.

반면 게임을 접한 젊은 층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 적잖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이용자도 이런 관점에서 즐긴다는 주장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모두 해봤다는 직장인 김홍민(31)씨는 “이 게임은 이전부터 세계대전 등 실제 전쟁을 소재로 삼아왔다”며 “이번에 한반도 전쟁을 다뤘다고 해서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영화 ‘암살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게 문제였다”며 “모던워페어4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를 소재로 한 픽션이고, 이용자도 이를 알고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모던워페어4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30대에서 많다. 최근 북한 지뢰 도발로 군 간부가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등을 겪으면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게임을 통해 북한을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조선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