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약물 맞고도 쿨쿨… 두 번이나 죽음 피한 美사형수

31년 전 18세 때 살인을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았던 미국의 여성 사형수가 사형 집행 목적의 약물을 두 차례나 맞고도 사망에 이르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가 지난 2023년 촬영한 머그샷.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가 지난 2023년 촬영한 머그샷. /로이터 연합뉴스

1일(현지 시각) AP와 AFP 등에 따르면, 미 테네시주(州) 교정당국은 지난달 30일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크리스타 파이크(50)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두 차례 투여했으나 사형 집행에 실패했다. 사형 집행을 참관한 기자들은 현지 매체에 “파이크가 약물을 투여받고도 여전히 살아있었으며 40분 가까이 코를 고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파이크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만약 사형 집행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파이크는 테네시주에서 200여 년 만에 첫 여성 사형수가 될 뻔 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이번 사형 집행이 사실상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과정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면서 테네시주 대법원에 사형 집행 중단을 위한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파이크가 사형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이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미 수정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교정당국은 성명을 내고 “합법적이고 확립된 사형 집행 절차의 모든 단계를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테네시주 사형 집행 절차에는 첫 약물 투여 이후 사형수가 생존한다면 다시 약물을 투여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약물 투여 이후에도 사망자가 살아남을 경우에는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로빈 마허 미 사형정보센터 사무총장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교정당국이 약물을 투여할 정맥을 찾지 못해 생존한 사형수는 7명이 있었으나 실제 약물 투여 이후에도 살아남은 사람은 파이크가 처음이라고 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제3자를 통한 전반적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올해 안에는 파이크에 대한 사형 집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에 의해 부과된 형을 집행하는 것은 주정부의 가장 엄중한 책임 중 하나”라며 “(사형) 집행이 합법적이고 실효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의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봤던 언론인들이 사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의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봤던 언론인들이 사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이크는 지난 1995년 남자친구와 함께 콜린 슬레머(사망 당시 19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이크와 남자친구는 슬레머를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유인한 뒤 흉기로 공격하고 돌 등으로 구타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슬레머의 몸에는 사탄 숭배와 연관된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각별이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파이크는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점 등을 들어 법원에 감형을 탄원했다. 파이크는 청원서에서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18세 아이였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렸다”고 했다.

항소법원은 이날 사형 집행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파이크의 주장이 사형 선고 당시 충분히 고려됐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사형 집행을 정지시켰지만, 몇 시간 뒤 연방대법원이 항소법원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사형 집행 절차가 재개됐다. 파이크는 법원의 사형 선고에 이어 교정당국의 사형 집행까지 면하게 됐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