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서 번진 '한타바이러스'…WHO, 이례적 '사람 간 전파' 가능성 언급
대서양을 항해 중인 호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례적으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공식 거론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5일(현지 시각) "매우 밀접한 접촉자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파가 있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한타바이러스가 주로 설치류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평가다. 그는 특히 최초 감염자가 크루즈선에 탑승하기 전 이미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문제의 선박은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로, 현재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인근 해역에 머물고 있다. WHO에 따르면 이 선박에서는 지금까지 확진 2명, 의심 5명 등 총 7명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각각 70세와 69세의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 국적자 1명이다. 특히 최초 사망자인 네덜란드인 부부는 승선 전 남미를 여행한 것으로 확인돼 감염원이 선내가 아닌 외부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약 150명의 승객은 하선하지 못한 채 사실상 선내에 고립된 상태다. 카보베르데 정부는 공중 보건 우려를 이유로 입항을 불허하고 의료진만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당초 WHO는 이 선박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스페인 정부와 현지 당국은 수용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나리아 제도 당국은 "선박이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사실상 입항을 거부했다.
WHO는 선내에서 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기존 감염 경로와 다른 양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의 배설물이나 타액이 공기 중에 퍼지며 전파된다. 드물게 사람 간 전파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잠복기는 수주에 이르며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폐와 신장 기능을 손상시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한국의 바이러스학자 고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유역에서 처음 발견해 이름 붙여진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WHO는 "현재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 수준은 낮다"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