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달만에 中관세 54% 추가... 中, 감췄던 보복 카드는

중국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에 대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반격(反制)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관련국들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중국은 미국에 즉시 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무역 상대국과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올바르게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일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는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발(發)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 취업난 등으로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막히자 미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현실이 된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60%’... 中, 숨겨둔 발톱 드러낼 듯
미국의 이번 추가 관세 부과 조치로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유세 때 공언한 ‘대중국 60% 관세’ 조치는 사실상 현실화됐다. 미국은 지난 2월 4일과 지난달 4일 각각 10%의 보편 관세를 중국에 추가 부과했다. 이날 발표된 34%의 추가 관세를 더하면 트럼프 취임 두 달 여 만에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은 54%이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율을 올렸다고 해도, 예상보다 급격한 인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1일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시비를 걸며 위협하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도 전면 대응 대신 ‘핀셋식 보복’에 집중하며 분쟁 완화를 꾀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첫 관세 부과 때는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추가 관세 15%, 원유·농기계·대배기량 자동차·픽업트럭에 추가 관세 10%를 매겼다. 지난달 미국의 2차 관세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711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10% 높였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6일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를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적당한 시기에 만날 수 있고, 양측은 조속히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은 남겨뒀던 보복 조치를 해제해 미국의 급소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작년부터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무역 분쟁 대응 정책을 강화하는 등 미국에 대항할 카드 마련에 집중해왔다. 중국이 조 바이든 정부 당시부터 미국의 공급망 봉쇄와 관세 공격을 우려해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와 식량 비축에 공을 들여온 점도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천연가스 수입과 저장 시설을 대폭 늘리고,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툰훠(囤貨·사재기)’ 전략을 이어왔다. 또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의 타깃인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기술 산업을 2017년부터 전국민 동원 체제를 가동해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수출과 환율 방어가 중국의 당면 과제
미국의 관세 폭격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당면 과제는 수출 경쟁력 유지다.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이 중국에 열었던 문을 닫으면 중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이 타격이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5246억 5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4.7%를 차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중국의 기계와 전자제품,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 섬유와 플라스틱 제품, 의류, 장난감, 가구, 조명 등 노동집약형 제품 등이 주로 미국으로 향했다. 실제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본격화 된 올해 1~2월 중국의 가구 수출은 15.5% 감소했고, 신발류(-18.3%), 장난감(11.1%) 수출액도 미국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중국을 인도로 대체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걱정하고 있다. 신발과 의류 등 중국 노동집약형 제품의 대(對)미국 수출 물량을 인도 공장이 이미 대체하고 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월마트의 중국 의존도는 2018년 80%에서 지난해 60%로 떨어진 반면, 인도 비중은 2%에서 25%로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인도에 대해서는 관대한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인도를 소비재 공장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의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은 작년부터 가속화한 출해(出海·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전속력을 낼 것”이라면서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무너지지 않도록 과잉 생산된 국내 제품들을 해외에 넘기는 것이 중국의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중국의 투자업계 종사자는 “중국에게 향후 중요한 것은 수출을 통한 이익 실현이 아니라 수출의 ‘양(量)‘“이라면서 ”중국산 제품을 해외에 저렴하게 팔더라도 현금만 마련하면 미국의 공세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해외 현지 생산 기지 확보 전략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국이 유럽연합(EU), 베트남, 한국, 일본, 태국 등에도 20~49%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중국이 미국 관세를 피할 곳이 제한된 탓이다.
중국은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가 주도 환율 정책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일 해외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27위안에서 7.32위안으로 0.6% 이상 급락했고, 트럼프의 발표 직후 한때 7.33위안을 돌파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3일 공식 환율은 달러당 7.19위안으로 형성됐다.
베이징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1985년 일본이 미국과 맺었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의 전철을 중국이 밟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미국이 고율 관세를 압박 카드로 쓴다고 해서 중국이 환율 정책을 양보하지는 않는다”면서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 거래가 급증하며) ‘위안화의 국제화’가 앞당겨질 가능성마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위안화 환율 변동으로 중국 국채와 기업 자산의 안정성이 위협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만 2018년부터 본격화 된 미중 경쟁 속에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 비중을 대폭 축소해 왔기에 중국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승서락(東升西落)의 기회? 中, 韓日·중동·유럽에 구애
트럼프가 재집권 두 달여 만에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서 단기 내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대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홍콩 관리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고 있고, 중국 또한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보복 경고로 맞선 상황이다. 중국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대만, 남중국해, 고율 관세 등에서 미중 갈등이 전면적으로 격화되고 있으며, 정상 간 회담은커녕 실무 협의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인상 조치로 세계 각국에서 반발이 커지자 중국 내부에서는 ‘동승서락(東升西落·아시아가 뜨고 서방이 저문다)’이란 담론이 재언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동승서락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체제를 미국이 스스로 종식시키며 중국의 글로벌 영향권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실제로 트럼프 재집권 이후 한국·일본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고, 유럽연합(EU)과 중동 등과 미국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을 펴고자 한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3국 자유무역협정(FTA) 등 역내 경제 통합을 통해 다자무역 체제를 함께 수호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3일 “일본·한국·캐나다·EU 모두 각성해야 한다. 당신들이 미국에 타협하면 미국은 더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2일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EU(유럽연합)에 대한 브랜디 반덤핑 조사 시한을 3개월 연장하는 등 유럽 국가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향후 중국이 중동과의 경제 협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관계자는 “중국은 트럼프 집권기에 영향력 확대에 나서겠지만, 급격한 관계 개선의 부작용을 고려해 속도는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