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년 간 판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 18조원…행방은 아리송?

FT "130억 달러 이상 판매 추정…베네수엘라에 송금된 공개액은 3억 달러"
트럼프, 1월엔 "우린 대금 관리자일뿐"이라더니 6월엔 "48분 작전해서 28배 벌었다" 호언
베네수엘라는 6월 쌍둥이 지진의 피해복구액만 370억 달러 달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판매 수입으로 130억 달러 이상을 거뒀지만, 그 돈의 행방에 대해선 거의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베네수엘라 정부로 넘어간 돈은 3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대통령으로 세웠다. 이후 미국은 마두로의 2018년 대선 부정과 민주주의 파괴를 비판하며 독자적으로 가했던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해제하고, 미국 정부가 석유 판매와 자금 관리를 도맡았다.

1월9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 국민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을 보호한다”면서 “석유 판매 대금은 베네수엘라 소유이며, 미국은 이를 임시 관리(custodian)하는 것뿐”이라고 명시했다. 또 제제를 일부 풀고 미국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석유 판매를 정상화하면 베네수엘라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다. 석유 수입은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판매자금을 통제하며, 자국 지시를 따르도록 조종하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AFP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판매자금을 통제하며, 자국 지시를 따르도록 조종하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AFP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실제 속셈은 ‘돈줄’을 쥐어틀어 마두로의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가 미국의 지시를 잘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마두로 정권이 석유 수입을 국가 발전보다 정권 유지와 측근들의 부패, 정치적 보상에 주로 사용했다.

어쨌든 석유 수출 제재가 완화되고 석유 대금이 국가 발전에 제대로 쓰이면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미국이 이 석유 판매자금을 통제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 회복 조짐은 매우 미비하다. 게다가 130억 달러가 넘는 판매자금 중에서, 공개된 자료 상으로 로드리게스 정부에 넘어간 돈은 3억 달러에 불과하다.

FT는 올해 1월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 선적 데이터와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메레이ㆍ 보스칸ㆍ 하마카 원유의 유종별(油種別) 가격 데이터를 취합해, 트럼프 행정부가 판매 대금으로 130억 달러 이상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판매 대금에 대해 트럼프는 처음엔 “베네수엘라와 미국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인 내가 관리한다”고 했고 “미국은 그냥 관리자”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한 연설에서는 “딱 48분 (마두로 체포) 군사작전으로 수백만 배럴의 석유를 가져왔다. 작전 비용의 28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떠벌렸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 판매 수입을 추적하기 위해 개설한 웹사이트에는 3월의 단 한 건, 3억 달러만 기재돼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된 22일, 수도 카라라스 북쪽 30㎞ 떨어진 해안 도시 카라발레다에서 주민들이 붕괴딘 건물 잔해 속에서 희생자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된 22일, 수도 카라라스 북쪽 30㎞ 떨어진 해안 도시 카라발레다에서 주민들이 붕괴딘 건물 잔해 속에서 희생자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24일 수도 카라가스의 인근에서 1분 간격으로 규모 7.2와 7.5의 쌍둥이 지진이 발생하면서, 5000명 이상의 사망자, 1만6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유엔은 이로 인한 직접적인 건물과 사회기반시설 피해 규모만 370억 달러(약 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석유 수입,영국 중앙은행에 보관된 금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장부 상의 ‘3억 달러 송금’ 외에도, 지난 4월 미 국무부의 남미ㆍ카리브 담당 고위 관리인 마이클 코작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30억 달러의 석유 수입이 베네수엘라로 송금됐고, KPMG가 은행 계좌들을 감사하고 있다며, 분기별 이 자금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서반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그 돈은 그들의 것이지만, 우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 급여 지급, 석유 산업장비 구입 등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의회의 양당 의원들은 이 돈의 집행 내역에 대해 보고받은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말한다. 22일 미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공화ㆍ민주 양당 의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이 투명성이나 안전장치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2.5%로, 최근 5년 간 최저치였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속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FT에 “1분기의 석유 수입 증가에도 더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것은 미국이 석유 수입 전체를 베네수엘라 정부에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이자 전 야당 의원인 호세 게라는 이 신문에 “석유 수입이 최근 수년보다는 훨씬 높아야 하는데, 어디 있느냐. 투명성도 없고, 미국 정부는 우리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