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대사, 中 명문대서 "한국 좋아하는 분?"… 200명 중 10여 명만 손들어

노재헌 주중대사가 22일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대학교 국학관에서 열린 제21회 '대사 강연'에서 '한중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10.22 ⓒ 뉴스1 노민호 특파원
노재헌 주중대사가 22일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대학교 국학관에서 열린 제21회 '대사 강연'에서 '한중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10.22 ⓒ 뉴스1 노민호 특파원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가 22일 오전 베이징 중국 인민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가 22일 오전 베이징 중국 인민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한국을 좋아하는 분들 손 들어 주세요.”

22일 오전 베이징 중국인민대 중관촌 캠퍼스. ‘한중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중국인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자 200여 명 가운데 10여 명만이 손을 들었다. 노 대사는 “오늘 강연을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날 강연은 중국인민대가 2024년 11월 시작한 ‘대사 포럼’의 21번째 행사로 한국 대사가 연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노 대사는 한중 청년들의 낮은 상호 호감도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소통이 거의 단절돼 있다는 점”이라며 “사용하는 플랫폼이 다르고 소통할 방법도 극히 드물다.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이 확대·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청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와 공동 창업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내년 한중 수교 35주년을 양국 관계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노 대사는 “올해는 한중 관계의 전면적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평화·혁신·문화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한중 경제 협력은 기존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한중 경제 협력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서로 가진 장점을 결합하는 수평적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한국이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함께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간 문화 갈등에 대해서는 “공유하는 (문화) 자산으로 무엇을 함께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중 미래 협력 분야로는 AI 기술의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과 바이오 의료, 고령화 산업, 저출생 문제, 친환경 에너지 등을 꼽았다.

노 대사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적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남북 관계가 냉랭하다”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중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으로 북중 간 인적·경제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하며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 모두의 공통 과제”라고 했다.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가 한중관계 복원의 걸림돌이냐는 질문에는 “양국 관계와 다자 관계를 과거의 틀로 규정해서 보기에는 상황 변화가 크다”고 답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