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앞 무릎꿇은 미군들... 美강경파들 "독재자 환대" 반발
최고의 의전에도, '무역 휴전 2개월 연장'외 구체적 진전 없어
트럼프 전략은 미ㆍ중 관계 더 악화시키지 말고 '안정화'
시진핑, 백악관 도착 연설에서 또 '투키디데스 함정' 언급
9월23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앤드루스 합동기지 도착부터 24일 백악관 공식 환영식, 군 의장행사, 국빈 만찬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상의 대우를 했다. 중국 측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빈 방문(state visit)’ 형식은 물론이고,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파워를 지닌 국가로 비쳐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진핑이 원한 것은 ‘두 메이저 국가’가 서로 인정하고 직접 거래한다는 서사(敍事)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진핑은 그런 면에서 원하는 것 이상을 얻었다”고 했다.
트럼프 부부는 60여년 만에 외국 정상 방문에 처음으로 활주로까지 나가서 맞았다. 하늘에선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들이 날았다.
1960년대초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맞으러 공항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존 F 케네디가 1961~1962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 등을 공항에서 맞은 것 외에는, 이후 미 대통령은 교황 외에 외국 정상들을 맞으러 공항 활주로까지 나가지는 않았다. 트럼프의 5월 베이징 방문 때에는 한정 국가부주석이 공항 활주로에서 그를 맞았다.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개인적 친분을 매우 강조했다. 시진핑과 “진정으로 훌륭한(truly great) 우정”을 구축했으며, 두 사람이 “지금보다 더 잘 지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서 중국 위성 기업들이 제공한 영상으로 이란 미사일이 중동의 미군 기지들을 정확히 파괴해, 다수의 전사자와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백악관 만찬 연설 뒤에는, 예정에 없이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위해서” 백악관에 자신이 짓고 있는 무도회장 공사현장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시진핑은 대조적으로, 24일 백악관 도착 연설에서 ‘위대한 두 나라’간의 ‘공존’ ‘협력’ ‘경쟁’ ‘전략적 안정’과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나라 간 경쟁은 “선의의 것이어야 하고, 제로섬의 검투사식 대결이어선 안 된다” “두 나라는 충돌과 대립의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럴 때에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극복될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서도 ‘투키디데스’를 언급했다.
투키디데스가 묘사한 BC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는 부상하는 아테네에 스파르타가 불안을 갖고 아테네를 공격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시진핑 논리는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짓누르려고 하지 말고, 협력과 상생하는 길을 찾으라는 얘기였다. 경쟁하되 ‘일정한 선(within bounds)’을 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일정한 선에는 ‘미국의 대만 독립 반대’도 포함됐다.
◇시진핑 “두 나라가 항일(抗日)전쟁서 피와 불로 맺은 우정, 계속돼야”
시진핑은 백악관 만찬 연설에선 일본의 중국 침략에 맞서 “중국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수백 명의 미군 조종사들을 구출했다”며 “이렇게 피와 불 속에서 형성된 우정은 앞으로 수 세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 공산당 팔로군, 신사군도 항일 전쟁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의 항일 동맹 파트너이자 중국군 대부분은 장졔스의 국민당군이었다.
물론 시진핑의 이 역사관에는 40만 명이 넘는 중공군이 6 ㆍ25전쟁에 투입되면서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과정에서 미 해병대 1사단 병력 중 3600명 가량이 전사ㆍ실종ㆍ부상당한 것도 빠졌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MAGA는 상생 가능”
시진핑은 적절하게 트럼프의 정치적 구호인 ‘MAGA’도 인용했다. 그는 두 나라는 대립보다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진영의 반발
트럼프의 극진한 대접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정치인들과 MAGA 진영에서도 비난이 터졌다.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시진핑은 전혀 믿을 수 없는 ‘파충류(reptile)’다. 이 사람은 자기가 신(神)의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섬기는 신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그는 또다른 인터뷰에선 “이란, 중국, 북한, 러시아는 하나의 파충류 군락(colony)이고, 이 중 우두머리는 시진핑”이라고 말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중국 정책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고, MAGA 집회에 가서 중국에 맞서겠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환호하지 않았느냐. 이제 그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트럼프 지지 인플루언서인 로라 부머는 아예 “중국의 공산주의자 독재자를 미군 의장대가 이렇게 성대하게 환영하는 것은 정말 당혹스럽다”고 했다.
미 상원의 대중(對中) 강경파인 로저 위커 군사위원회 위원장(오하이오)은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과 관련해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를 고려하면” 시진핑을 초대해서는 안 됐다며, “사치스러운 접대”라고 비판했다.
◇“미군 죽이는 이란 무기에 부품 대는 시진핑 위해서 무릎 꿇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 홍레이 의전국장 일행이 시진핑이 탄 비행기의 탑승계단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 가운데, 미 해병대원들이 무릎을 꿇고 레드카펫의 주름을 펴고 있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국빈 방문하는 외국 정상에 대한 당연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이 ‘중국’ ‘시진핑’이라는 요인이 추가되면서 격한 반응을 초래했다.
한 미국인 네티즌은 “중국이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위성사진과 무기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지금 시진핑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미군의 공식적인 ‘레드카펫 환영’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라고 썼다.
또다른 미국인 네티즌은 “우리 병사들이 시진핑을 위해 레드카펫을 손과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청소한다고? 우리 군인들이 중국 독재자에게 땅에 입을 맞추듯이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트럼프는 한편으로 성대한 군사 의장행사를 펼치고 있다. 정말이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수치”라고 적었다.
한 미국인은 “이제 트럼프가 미국을 더 비참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군을 동원해서 시진핑 구두에 먼지가 묻지 않게 레드카펫을 청소시켰다”고 자조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군들이 시진핑을 위한 레드카펫을 광적으로(frantically) 청소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중국이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무역 약속을 깨뜨린 대가로, 시진핑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비난했다.
◇시진핑, 비공개 회담서 ”미국은 대만의 독립 반대하라”
시진핑은 공개 연설에선 대만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은 두 정상 간 비공개 회담에서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라”고 요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취해온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보다 더 강한 표현이다.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무력 공격 시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무기 판매를 계속하는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파기했다는 얘기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5월 베이징 방문 후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시진핑과 대만 문제, 무기 판매 문제를 아주 자세히 논의했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는 것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 의회가 승인한 140억 달러 어치의 대만 무기 패키지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를 놓고, 중국과의 대화에서 “매우 좋은 협상 칩(chip)”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형 합의 보다는, 악화 막는 ‘안정화’ 목적의 회담
두 정상은 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AI 분야에서도 어떤 합의를 이룬 것이 없다. 미국에서는 AI 기술이 인간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수퍼 인텔리전스(SI)’라고 부른 AI에 대해 그냥 놔두겠다는 입장이다. 시진핑은 “AI를 선(善)을 위해 개발ㆍ관리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인간의 합리적 통제 하에 둘 수 있다”고 했다.
24일 백악관 만찬에는 미국의 테크 거물들이 총출동했지만, AI의 위협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앤스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빠졌다.
거의 유일한 합의는 작년 10월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두 정상이 합의했던 ‘무역전쟁 휴전’을 두 달 연장(내년 3월10일 종료)한 것이었다. 작년에 미국은 145%, 중국은 125%까지 보복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카드를 쓰면서 양국은 급히 휴전에 들어갔다.
당시 중국은 연간 300억 달러어치의 대두와 170억 달러어치의 기타 농산물을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했지만, 현재 대두 수입만 3분의2 정도 이행했다. 중국은 약속과 달리, 기타 농산물에 대한 수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중국의 전세계 무역 흑자는 올해 2년 연속으로 1조 달러 규모에 달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관세 압력에도, 전세계 수출 콘테이너 물량의 40%는 중국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휴전과 평화협상 추진을 지지한다’는 정도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이란의 유일한 생명줄이 돼서 이란산 석유를 대거 사들이고, 이란에 미군을 공격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제조할 부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시진핑은 백악관 도착 환영식에서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를 애틀랜타 동물원에 우정의 사절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무표정하게 시진핑의 연설을 듣던 트럼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트럼프도 이날 저녁 만찬 연설을 끝내면서, 황금빛의 흰머리독수리 조각상을 시진핑에게 선물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 상징이고, 자유롭고 드높이 비상하는 미국의 정신을 구현한다”며 “베이징에서 멋진 장소를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