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손을 들어줄까
트럼프 "마음에 후계자 있다"… 부통령 밴스 vs 국무장관 루비오 차기 후보 떠올라

“두 사람이 팀을 이룬다면 민주당이 이기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초 NBC 인터뷰에서 J D 밴스(42)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55) 국무장관을 2028년 차기 대선 공화당의 잠재 후보로 거론했다. 트럼프는 밴스를 “아마도 유력 후보”라고 부르면서도, 두 사람을 “환상의 조합”이라며 루비오 역시 치켜세웠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향한 두 사람의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석에서 두 사람을 “애들(Kids)”이라고 부른다는 트럼프는 “너희 둘 중 누가 대선 후보가 될 거야?”라며 평소 이들의 정치적 야망을 떠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자신이 출연하며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남긴 ‘어프렌티스(참가자들을 경쟁시켜 탈락시키는 리얼리티 TV쇼)’식 구도를 정치판에서 재현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은 트럼프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밴스는 트럼프 면전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유럽 동맹들에 “이민 정책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을 퍼붓는 등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동대장’ 역할을 도맡고 있다. 루비오 역시 파나마를 찾아 파나마 운하 인수를 압박했고,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축출 작전을 설계하며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두 사람은 아직 속내를 감추고 있다. 밴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루비오를 “행정부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며 “그를 라이벌로 부르는 건 터무니없다”고 했다. 루비오 역시 언론에 “밴스가 대통령에 출마하면 나는 가장 먼저 그를 지지할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미래는 알 수 없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둘 다 트럼프와 각을 세웠다가 전향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밴스는 2016년 트럼프를 “히틀러”라고 했고, 루비오는 그해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누구보다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 월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런 밴스를 겨냥해 “비열하고 비굴한 아첨꾼”이라고 했고,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루비오를 두고 “MAGA식 뇌수술을 받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자리를 두고 이미 격돌한 바 있다.
현직 부통령 이점을 가진 밴스는 현재 유력한 후계자다. 영국 가디언은 밴스를 가리켜 “사실상 이름만 안 붙인 2028 대선 후보”라고 했다. 지난 12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에서 그는 공화당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48%로 1위를 기록했다. 루비오는 9%로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11%)에도 뒤졌다. 밴스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에서 일했던 경력을 앞세워 MAGA와 일론 머스크 등으로 대표되는 ‘테크 우파’를 잇는 가교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1970년대 헨리 키신저 이후 약 50년 만에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고 있는 루비오는 국무부 청사 대신 백악관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를 총괄하며 트럼프가 “문제가 생기면 마코에게 전화한다”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 최측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2016년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루비오에 대해 주변에서는 “밴스가 출마하도록 놔두는 것 같다. 부통령으로서 트럼프 유산을 짊어진 밴스가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지면 루비오는 7년 뒤 출마하기에도 충분히 젊다”는 말도 나온다.
오하이오 출신인 밴스는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성장한 불우한 가정환경과 노동계층 서사를 앞세워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을 계승할 인물로 평가된다. 플로리다 출신 루비오는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정치인으로 상원의원 시절 쌓은 제도권 외교·안보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확장성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이미 MAGA 진영과 한 배를 탄 처지인 만큼, 트럼프와 노선을 차별화하거나 비판하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트럼프’ 전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후계자 지명에 대해 “마음은 있다”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쟁은 시키지만 자칫 스포트라이트가 넘어가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2029년 1월에도 여전히 본인이 대통령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답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