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이후 80년 만에… 獨 '극우 지방정부' 탄생 눈앞

강경 우파 정당 AfD
주의회 선거서 압승

지난 6일 독일 작센안할트주(州)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 예상 득표율 44%를 기록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울리히 지그문트 주총리 후보 및 당 관계자들이 마그데부르크의 한 공연장에 마련한 정당 행사에서 독일 국기를 흔들고 부둥켜 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6일 독일 작센안할트주(州)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 예상 득표율 44%를 기록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울리히 지그문트 주총리 후보 및 당 관계자들이 마그데부르크의 한 공연장에 마련한 정당 행사에서 독일 국기를 흔들고 부둥켜 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州) 주의회 선거에서 강경우파 계열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압승을 거뒀다. AfD는 지난해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이 공식적으로 ‘우파 극단주의’로 규정한 단체다. AfD가 연립정부에 성공해 지방정부 집권에 성공하면, 독일에서 ‘나치’ 패망 이후 약 80년 만에 강경우파 주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수십 년간 독일 정치가 지켜 온 ‘방화벽(극단주의 배제 원칙)’이 무너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반(反)이민 바람을 탄 유럽 전역에서 강경우파 세력이 더 득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기점 맞은 ‘방화벽 원칙’

7일 독일 공영방송 ZDF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선거에서 AfD는 득표율 43.8%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소속된 여당 CDU(기독민주당) 득표율(18.5%)을 두 배 이상 넘는 압승을 거뒀다. AfD 주총리 후보 울리히 지크문트(36)는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이 선거 결과가 독일 전역을 뒤흔들 것”이라고 했다. AfD는 과반 달성에는 근소한 차이로 미치지 못해, 소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AfD가 연정에 성공하려면 중도 좌파인 SPD(사회민주당)·CDU·녹색당·좌파당 등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관도 예상된다. 이들 정당은 그동안 나치 구호를 사용하고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를 축소해 온 AfD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프란치스카 호퍼만 CDU 사무총장은 “극좌파나 극우파와는 어떠한 협력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작센안할트에서 AfD의 승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단주의 정당들이 다시는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설계된 독일의 정치 체제 전체에 충격파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선거 결과 독일 국민이 CDU 등이 견지해 온 방화벽 원칙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정당 중 일부가 AfD와 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로 물러나게 된 작센안할트주 총리 스벤 슐체(CDU)는 ‘방화벽 원칙을 여전히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다.

◇반(反)이민 정책 등 앞세워

한때 독일 중앙 정치에서 이단아로 불렸던 AfD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엔 반(反)이민 등 자국 우선주의적 정책이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fD가 내세운 공약엔 불법 체류자 추방, 독일 국기 게양을 포함한 애국 교육 강화 등 강경 우파적 성격을 띤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지난달 23일 인터뷰에서 “AfD가 집권하면 국경을 닫고 (유럽연합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협정’에서 탈퇴해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AfD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가올 지방 선거에 대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에는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지크문트는 1990년생으로 본래 CDU 당원이었다. 2014년 창당 1년 된 AfD에 가입해 입당 2년 만에 작센안할트주 의회 의원이 됐고, 분단 시기 독일 동독 지역을 상징하던 심슨(Simson)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하는 유세를 벌이면서 동부 독일인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슈피겔은 지난달 지그문트의 사진을 표지에 실으며 ‘독일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강경 우파 바람, 유럽으로 퍼지나

유럽에서는 ‘히틀러 나치 파시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독일에서 강경우파 정당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강경우파가 세를 불리고 있지만, 독일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독일을 넘어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스웨덴 등 우경화 바람이 부는 유럽 전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독일의 한 작은 주에서 극우 정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그 여파는 런던에서부터 파리까지 느껴졌다”면서 “유럽 전역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강경 우파 정당들에 새로운 추진력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결과를 올렸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 대통령 게시물의 캡처본을 올리고 “실용적인 AfD의 역사적 승리”라고 반겼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