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운 트럼프, 러 제재까지 풀어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
유가 뛰자 러 원유 판매 일시 허용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집중적인 저지를 뚫고 기뢰를 깔기 시작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해 미국의 종전 선언을 유도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렛대를 계속 사용하라”는 첫 메시지를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이란을 모든 방면에서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란이 국제 유가를 ‘인질’로 잡고 버티기 전략에 들어가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이날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 판매를 일시 허용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란이 수백~수천 척의 소형 보트를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부설을 시작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대대적 공습을 통해 기뢰 부설에 사용될 수 있는 이란 함정 30여척을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군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더 작은 배를 사용해 게릴라식으로 기뢰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10개의 기뢰를 이미 부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암초가 많고 수심이 얕아 실제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항로는 양방향 각각 약 3㎞에 불과하다. 이란은 인근 산악 지형 육상에서 발사하는 드론과 로켓·미사일로 선박 통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데, 여기에 기뢰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해협을 봉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이틀 사이에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시도하던 상선 4척이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호르무즈 리스크 과소평가… 경제적 파장 대비 안 해"
앞서 모즈타파의 ‘호르무즈 봉쇄’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00.46달러로 전날보다 9% 급등했다. 종가 기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미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갤런당 3.59달러(리터당 약 1414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미국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3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휘발유 값이 ‘정치적 임계치’로 불리는 4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인 48%가 “트럼프 탓에 휘발유 값이 급등했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CNN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국가안보회의(NSC)는 대이란 작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과소평가했고, 이때문에 봉쇄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파장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고위당국자들은 최근 의회 브리핑에서도 호르무즈 봉쇄 대비책은 세우지 못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해협 봉쇄가 이란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 판매를 다음 달 11일까지 일시 허용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수입원인 원유 가격을 낮춰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해 왔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이란 전쟁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이다. 백악관은 또 외국 선박도 미국 항구 사이에 석유를 운반할 수 있도록 ‘존스법’의 일시 면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물품 운송 시 미국산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비할 데 없는 화력과 무제한의 탄약, 충분한 시간이 있다”며 “오늘 이 미친 쓰레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며 이란을 향해 거친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이날 KC-135 미군 공중급유기가 이라크 서부에 추락해 승무원 6명 중 4명이 사망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밝혔다. 사령부는 사고 원인이 “적의 공격이나 오인 사격은 아니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