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호르무즈 인근서 작전… 日은 자위대 파견 난색

대다수 국가들, 직접 개입엔 신중
나토 "전쟁 끝나면 기뢰제거 지원"

중동 해역에서 영국 해군 구축함 HMS 드래곤(아래)이 프랑스 해군 함정으로부터 해상 보급을 받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군사임무’를 창설한 뒤 중동 해역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영국 해군 X
중동 해역에서 영국 해군 구축함 HMS 드래곤(아래)이 프랑스 해군 함정으로부터 해상 보급을 받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군사임무’를 창설한 뒤 중동 해역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영국 해군 X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다른 주요 동맹국들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프랑스 등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다국적 군을 주도하며 해협 인근에 군함을 전개한 적이 있지만, 해협 안까지 본격 진입하진 않았다. 대다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은 전쟁이 종료되면 기뢰 제거 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면 가장 큰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법상 제약을 명분으로 최대한 자위대 파견을 지연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영국·프랑스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군사임무’가 창설됐다. 실제 지난 6월 영국의 방공 구축함 HMS 드래곤, 기뢰전 모함 RFA 라임베이 등이 독일 군함과 함께 수에즈 운하-홍해-아라비아해를 통과하며 예멘 후티를 견제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샤를 드골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양·아라비아해 일대로 출동시켰고, 기뢰제거함 2척을 아덴만 지부티 앞바다에 보내 기뢰전 훈련을 했다.

하지만 다국적 군사 임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한 한국·일본 등 20여국은 “작전 개시에 필요한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진 않아왔다. 특히 대다수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에의 본격 군 투입은 ‘지속가능한 휴전’이 명확해지면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페인은 그 어떠한 호르무즈 군사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 그림 내건 테헤란
지난 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엥겔라브 광장에서 시민들이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이 그려진 반미(反美) 선전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 그림 내건 테헤란 지난 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엥겔라브 광장에서 시민들이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이 그려진 반미(反美) 선전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본 역시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선 헌법상 자위대 파견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뢰 제거 기술을 보유한 만큼, 한국이 파병에 나설 경우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이 파병을 결정한 뒤, 일본은 그해 7월 자위대 파견의 근거가 되는 이라크특별법을 제정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주요 전투는 종료됐다”는 전제를 세우고, 비전투 지역에 한정해 급수·의료·시설 복구 등 재건 지원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과 다른 상황임을 강조하려는 분위기다. 닛케이신문은 한국의 파병 검토 배경으로 “한미 관계 악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난”을 지목했다. 트럼프가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전 동참 의향을 물었는데 그들이 ‘사양하겠다(no thanks)’고 했다”고 한 언급을 가리킨 것이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4일 정례회견에서 “(한국 관련) 보도는 알고 있지만, 다른 나라 동향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며 “자위대 파견에 대해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지역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빨리 회복되도록 국제사회와 연계해 끈기 있게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과의 관계가 아직 원만한데다, 헌법상 제약이 명확한만큼 섣불리 자위대 파견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