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연내 추가 인상 시사

3줄 요약
연준, 기준금리 3.75~4.00%로 0.25%p 인상
위원 16명 연내 추가 인상 전망
유가 상승 장기화 우려에 이례적 금리 인상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의 성장과 고용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자, 물가 불안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기 전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연준 위원 대다수는 올해 안에 금리를 적어도 한 차례 더 올려야 한다는 전망도 내놨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이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지난 7월 회의에서는 위원 3명이 금리 동결에 반대하며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인상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이다.

연준은 2024년 9·11·12월과 지난해 9·10·12월 등 모두 여섯 차례 금리를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가 이날 방향을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의장이 취임한 뒤 처음 단행한 금리 조정이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된 셈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위원 18명 중 16명 “연내 추가 인상”

연준이 함께 공개한 점도표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점도표는 FOMC 참석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자료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연 4.1%로, 지난 6월 전망치인 3.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 중간값이 3.875%인 점을 고려하면 연내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미 연방준비제도

전망을 제출한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올해 말 금리를 현재보다 높게 예상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한 차례, 4명은 두 차례 추가 인상에 해당하는 금리를 제시했다. 현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본 위원은 2명뿐이었다. 취임 후 구체적인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워시 의장은 점도표 전망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은 이번 인상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와 내년 4.1%로 같았지만, 2028년 3.9%, 2029년 3.6%로 낮아졌다. 당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린 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는 경로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3%로 높였다.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4%로 올렸다. 반면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3%에서 4.1%로 낮췄다.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는 줄고, 금리를 올려 물가를 억제할 여력은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워시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신규 채용과 민간 부문 소득, 기업 설비 투자가 최근 몇 달간 개선됐고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충격에도 금리 올린 이례적 결정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수요 과열보다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관세 등 공급 측 충격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다. 중앙은행은 통상 유가처럼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 인상을 자제한다. 고금리로 원유 공급을 늘리거나 전쟁을 끝낼 수는 없는 데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물가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은 이번 유가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기업의 생산·운송비와 소비자 물가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자극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대응이 늦었던 경험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에서 3.7%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3.3%에서 3.4%로 각각 높였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9년으로 예상했다.

워시는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조치는 물가 상승률을 보다 신속하게 2%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