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수 믿고 천국" 편지 올린 날, 교황 "전쟁 일으킨 자 기도 안 들으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 한 개신교 목사의 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유명 복음주의 목사인 프랭클린 그레이엄(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은 지난해 10월 15일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당신의 리더십은 역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평케 하는 자(peacemakers)는 복이 있나니’라는 신약성서 마태복음(5장 9절) 구절을 인용하고 “대통령님, 그게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그레이엄은 “당신은 자신이 천국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며 “농담으로 답했을 수 있지만, 당신의 영혼이 하나님의 임재 속에 안전하며 영원을 보내게 될 것임을 확실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13일 자신의 전용기에서 가자 휴전 합의 중재로 천국에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내가 천국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아마 나는 천국행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8월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서 “난 가능하다면 노력해서 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레이엄은 이를 두고, “우리를 지옥에서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천국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통해서”라고 했다. 이어 예수의 성육신(신이 인간의 육체를 입고 지상에 내려옴), 십자가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믿으면 천국에 가게 된다며 트럼프의 회심(回心)을 요구했다. 그레이엄은 “당신은 계속해서 우리의 기도 가운데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으로 현재까지 수천 명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 기독교계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기리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개신교인임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다음 달 5일 부활절을 앞두고 ‘화평케 하는 자’와 ‘천국’을 언급한 종교적 내용이 담긴 편지를 공개한 배경을 두고 그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평화의 왕’으로 부르며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라고 했다. 이어 “전쟁을 거부하시는 하느님,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수 없는 하느님”이라고 했다. 교황은 “그분은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고 거절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며 ‘네가 아무리 기도해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네 손은 피로 가득 차 있다’는 구약성서 이사야(1장 15절)를 인용했다.
교황은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고 우리의 죄를 위해 못 박히셨지만 ‘고문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선 양처럼 잠잠하셨다’(이사야 53장 7절)”며 “그분은 스스로 무장하지 않으셨고,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셨으며, 어떤 전쟁도 벌이지 않으셨다”고 했다.
교황은 “그분은 언제나 폭력을 거부하시는 하느님의 온유한 얼굴을 드러내셨고, 자신을 구원하는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히시도록 허락하셨다”며 “이는 인류 역사의 모든 시대와 장소에 세워진 모든 십자가를 포용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교황은 토니노 벨로 주교의 기도문을 인용,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더는 우리를 얽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달라”며 “마침내 폭력과 고통의 모든 희생자들의 눈물이 봄 햇살 아래 서리처럼 곧 마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지난 13일에도 “분쟁에서 중대한 책임을 지는 기독교인들에게 고해성사할 겸손과 용기가 있는가”라며 미국 집권 세력을 겨냥하기도 했다. 트럼프를 비롯, JD 밴스(가톨릭)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개신교) 국방장관 등 고위층이 기독교를 믿는다면서도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헤그세스는 지난 25일 펜타곤에서 진행된 예배에서 “정의롭고 위대한 우리 조국의 적들에게 모든 총알이 명중하게 하소서”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지난 5일엔 미 복음주의 개신교 목사들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트럼프에게 ‘안수 기도’를 하며 “주님의 은혜와 보호하심이 대통령과 우리 군인들을 감싸 주시고, 위대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께 필요한 힘을 계속 주시길 바란다”고 기도하기도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