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서둘러라" 압박 와중에… 여한구 통상본부장 돌연 경질
정부 "업무 관련 문책성 인사 아냐…개인적 사유"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 지연 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외 통상 협상을 책임져 온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산업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4일 0시부로 직권면직됐다. 정무직 인사에서 직권면직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여 본부장은 경질 전날인 13일에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산업부는 “임면권자(대통령)의 인사 조치에 따른 것으로, 부처 차원에서 배경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통상 현안 대응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이번 면직이 대미 협상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안팎에선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여 본부장 측은 사실과 다른 의혹, 왜곡된 주장 등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미 통상 환경은 매우 민감한 상태다. 최근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이행 속도를 문제 삼으며 “서두르지 않으면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 15%보다 관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됐다. 작년에는 대미 협상 TF(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아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했고, 이후로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을 상대로 대미 투자와 301조 관세, 비관세 장벽 문제 등을 협의해왔다.
후임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으로 당분간은 대미 통상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우선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의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