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대테러 최고책임자 사의 "이란전 지지못해"
친트럼프계 조 켄트 국장, 트럼프에게 사직서 제출
"이란전은 이스라엘 로비로 시작돼" 주장
아내는 2019년 폭탄 테러로 시리아에서 사망
이란전 두고 심화하는 보수 진영 분열

미국 연방 정부의 테러 위협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 조 켄트가 17일 이란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전쟁이 시작된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에서 공개적으로 불거져 나온 사실상 첫 반발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전을 시작하며 이란이 미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관련 모든 테러 정보를 총괄하는 켄트는 “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이란전을 시작한 동기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할 가능성도 있다.
켄트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 “나는 양심상 진행 중인 이란전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직서의 스크린샷을 공유했다. 그는 “이란은 우리 국가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그들의 강력한 미국 내 로비 단체의 압력 때문임이 분명하다”라고 적었다. 켄트는 미 공직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친트럼프계 인사다.
켄트는 트럼프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이란전은 명분 없는 전쟁이며, 트럼프가 대선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2016년, 2020년, 2024년에 당신이 선거에서 내세우고 첫 임기 동안 실행한 가치와 외교 정책을 지지한다”며 “작년 6월까지 당신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애국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미국의 부와 번영을 고갈시키는 함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작년 6월은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을 펼친 시기다.

켄트는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과 미국 언론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대통령을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전면적으로 약화시키고 이란과의 전쟁을 부추기기 위해 허위 정보가 담긴 캠페인을 전개했다”면서 “이 집단은 대통령을 속여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었고, 지금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신속한 승리의 길이 없다고 설득했지만 거짓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이라크 전쟁이라는 재앙으로 우리를 끌어들여 수천 명의 최정예 남녀의 생명을 앗아간 바로 그 동일한 수법이며 우리는 이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도 이란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해외 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부시 시대식 외교’로 미국이 얻는 이익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 또 트럼프가 2024년 대선 때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점을 지적하며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대선 공약을 어겼다”고 한다. 켄트의 이날 주장은 이러한 보수층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보수 진영에서는 켄트의 사의 표명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란전을 비판해 온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켄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용감하며 그를 미친 사람으로 치부할 수 없다”면서 “최고 수준의 관련 정보(테러)에 접근할 수 있는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공군 준장 출신으로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돈 베이컨(공화) 의원은 켄트의 사직서를 공유하며 “잘 가라. 반유대주의는 내가 혐오하는 악이며 우리 정부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켄트의 사임은 이란전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내부 균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켄트는 11차례에 걸쳐 전투에 파병된 경력이 있다. 2019년 시리아에서 군복무중이던 그의 아내는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켄트는 사직서에서 “이스라엘이 만든 전쟁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전사자 유족으로서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득도 주지 않고 미국인의 생명을 희생할 가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내몰아 싸우고 죽게 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