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이스라엘 지지층, '50세 이상 공화당원'만 남았다
미국인의 이스라엘 지지, 세대·정파 넘어 붕괴 중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 여론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 보수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갤스턴은 9일(현지 시각) 기고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중도층(Middle America)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미국 여론의 지지를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올해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 더 동정적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41%, 이스라엘에 더 동정적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36%였다. 1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 동정 여론(46%)이 팔레스타인 동정 여론(33%)을 크게 앞섰지만, 불과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갤럽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으로 꼽혀왔고, 의회와 정치권에서는 초당적 지지가 당연시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대별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18~34세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이라는 응답이 53%로, 이스라엘(23%)을 크게 앞질렀다. 35~54세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46%)가 이스라엘 지지(28%)를 넘어섰다. 불과 2020년만 해도 이 연령층은 61% 대 19%로 이스라엘에 훨씬 우호적이었다. 6년 만에 여론이 사실상 뒤집힌 셈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하락은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이스라엘 지지 비율은 2020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칼럼은 “현재 미국에서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에 과반 지지를 보내는 집단은 사실상 50세 이상 공화당원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50세 미만 미국인의 70%가 이스라엘에 비호의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민주당원뿐 아니라 공화당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 50세 미만 민주당원 가운데 네타냐후의 리더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고, 젊은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도 그 비율은 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칼럼이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대인의 61%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평가했고, 39%는 집단 학살(genocide)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미국 유대인의 비율은 2020년 28%에서 지난해 48%로 상승했다.
이 같은 변화는 장기화된 가자 전쟁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시작된 전쟁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가자지구의 대규모 인명 피해와 파괴 장면이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이 모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초당적 기조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스라엘 문제는 미국 내에서도 점차 정치적 쟁점으로 변하고 있다. 민주당 진보 진영에서는 가자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공화당 내 젊은 유권자층에서도 중동 개입과 대규모 대외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칼럼은 네타냐후 총리가 10여 년 전부터 미국 내 초당적 지지 기반을 포기하고 공화당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전술적으로는 영리했지만 전략적으로는 어리석었다”며 “이스라엘을 정치적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내부 정치도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올가을 총선을 앞두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연정의 재집권 여부가 미국 내 이스라엘 여론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홍보나 이미지 개선만으로는 미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 여론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 전쟁과 중동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미국 사회에서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