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4.2% 급등에도 트럼프 "인플레이션 사랑해"… 백악관 해명 '진땀'
美 5월 CPI 4.2% 상승
트럼프 "인플레 사랑해" 발언 논란
백악관 "이란전 끝나면 유가 안정" 진화
야당 "국민 향한 경멸 끝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격하게 치솟는 미국 물가를 두고 환영한다는 뜻밖의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각) AP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4.2% 급등했다는 보고서를 두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가.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과거 물가 인상률 문제를 두고 민주당이 조작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거나, 미국인 생활비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 전혀 다른 태도다. 4.2%는 2023년 4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 기록이다. 이는 2024년 대선 당시 물가 상승을 신속히 진압하겠다고 약속했던 기조와도 정면으로 상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상승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처음 발표하지만 우리는 매일 밤 수백만 배럴을 빼내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1억 배럴 이상 원유를 수송하는 비밀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본인 소셜미디어에도 “상업용 선박 200척 이상이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했다”는 글을 올리며 해당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쟁 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5일 치 정상 수송량에 그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미군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뒷받침할 객관적인 데이터 역시 없는 상태다.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엑스(X)에 “미국인 모두가 듣도록 카메라 앞에서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국민을 향한 그의 경멸에는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역시 엑스(X)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가 자기 자신만큼 사랑하는 것을 찾아냈다”고 지적했다. 에밀리아 사이크스 하원의원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향해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사랑하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라이트 장관은 “나는 이란 핵무기 보유 능력을 끝내는 것을 사랑한다”면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더 선호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엄청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재미있고 과장된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행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5월 신차와 처방약, 자동차 보험료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이란 상황이 해결되면 석유와 가스 가격,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급락할 것”이라며 “미국인이 땀 흘려 번 돈을 더 많이 간직할 수 있도록 경제성 의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시장 반응도 싸늘하게 식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 수송 작전 덕분에 4월 초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던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미군이 이란에 공습을 가하고 이란이 지역 국가에 반격하는 등 불안이 커지면서, 10일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오히려 전장 대비 4%가량 오르며 배럴당 92달러에 육박해 마감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