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세력 타격, 통일 위업 추진"
시진핑, 공산당 창당 105주년 연설
'대만 평화통일' 표현 처음 사라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5주년 기념대회에서 “대만 독립·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공산당 창당 기념 연설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평화통일’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2016년 창당 95주년 연설과 2021년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는 각각 ‘평화통일로 통하는 밝은 길’과 ‘조국 평화통일 과정’을 언급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이 내년 가을 열릴 제21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4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만 통일’을 핵심 과제로 내세워 내부 결속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2022년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하고 이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한다”며 “조국 통일의 위업을 확고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창당 기념 연설에서 ‘외부 세력’을 대만 통일의 장애물로 직접 적시한 것은 전례가 없다. 대만 및 서방과의 정면 갈등도 불사하며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대 지도자의 공산당 창당 5·10주년 기념 연설에서 대만과 관련해 ‘평화’ 표현이 빠진 것은 2006년 후진타오 당시 주석 연설 이후 처음이다.
◇‘대만 문제 新전략’ 꺼낸 시진핑 “강국 되려면 강한 군대 있어야”
공산당 총서기를 겸직하는 중국 국가주석은 창당 5주년·10주년 기념 대회 연설을 통해 핵심 노선을 천명해 왔다. 올해 105주년 기념 대회의 경우, 중국 최초 3연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이 4연임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평화’가 아닌 ‘통일’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당의 변함없는 역사적 과제이며, 모든 중화 자녀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이어 대만 관련 노선과 정책을 포괄하는 ‘신시대 당의 대만 문제 해결 총체 방략’을 제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九二共識·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만 문제를 시진핑 시대의 당 차원 전략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시진핑의 연설에서 ‘대만’ 언급도 4회로 5년 전 100주년 기념 연설의 두 배로 늘었다.

시진핑은 이날 창당 기념 대회에서 우수 공산당원 8명에게 최고 등급 훈장인 ‘7·1 훈장’을 수여했는데, 이 중에는 1960년대 미국이 대만 공군에 지원한 U-2 정찰기 격추 작전에서 공을 세운 노병(老兵) 왕위창(86)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시진핑은 홍콩·마카오에 대해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내 두 체제)’ 원칙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사들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두 지역에 대해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과 ‘애국자치오(愛國者治澳·애국자가 마카오를 다스린다)’ 원칙이 구현되고, 국가 발전의 전반적 상황에 맞춰 통합되도록 당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이날 연설에서 ‘강군(强軍)’을 강조했다. 그는 “건군 100년 분투 목표를 예정대로 실현하고 인민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드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건군 100년 분투 목표’란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내년 8월까지 중국군의 현대화와 실전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당의 절대 지휘 아래 중국군을 실전 가능한 일류 군대로 키우겠다”며 “강국이 되려면 반드시 강한 군대가 있어야 하고 군대가 강해야 나라가 안전하다”고 했다. 최근 1년 사이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7명 중 장유샤(張又俠)를 포함한 5명이 낙마했지만, 군 현대화 목표를 늦출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면적 당 기강 확립을 뜻하는 ‘종엄치당(從嚴治黨)’도 전면에 내세우고 반(反) 부패의 장기화도 강조했다. 그는 “당의 건강한 몸을 침식하는 모든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한다”며 “당의 장기 집권 능력을 높이고 당과 인민의 혈육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 시진핑은 투쟁·위기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중국공산당은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시대 발전 흐름에 따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강한 우환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화 부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배가 파도를 헤치고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결코 교만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되고 현재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했다. 또 “이번 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제2의 100년 분투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경제·군사·첨단 산업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양강 지위에 올랐지만 도전 또한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은 창당 105주년을 맞은 올해 대외 영향력 확대와 국내 정치 결속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올해 전승절 열병식 같은 초대형 국가 행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상반기에만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세르비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세계 각국 정상과 정상급 인사 10여 명과 잇따라 만나 베이징을 외교 무대로 부각시켰다. 미·중 갈등과 국제 질서 재편 속에서 중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결속을 겨냥한 창당 105주년 부대 행사들은 당 중심의 국가 운영 체제를 전면에 부각했다. 시진핑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창당 105주년 음악회 ‘인민지상’을 리창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 전국정협 주석,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 부총리, 리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 국가부주석 등 최고지도부와 함께 관람했다. 이 자리에는 공산당이 아니면서 합법적으로 존속하는 소수정당 및 무당파 인사, 외국 전문가, 장병 대표까지 참석했다. 정파와 소속을 초월해 공산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정치 의식으로 연출한 셈이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