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호남 반도체 언급하며 "공장 지어달라" 압박
현지 반도체 투자 지연에 불만
메모리 물량 안정적 공급도 요구
미국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 측이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에 현지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와 메모리 물량 공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8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두고 비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국내 반도체 투자를 적극 지원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대해선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미 측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현지 메모리 공장 시설 투자와 함께 안정적인 메모리 물량 공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투자 요구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그동안 투자를 압박하면서 우리 정부 주도의 ‘메가프로젝트’를 거론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메가프로젝트 자체에 우려를 표명했다기 보다는, 한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이 빨리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부터 3박4일 간 대미 투자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미 측의 반도체 투자 요구가 한미 양국이 지난해 체결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9월 중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방침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도 미국발(發) 투자 압박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800조원에 달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이어 미국 현지 반도체 시설 투자 요구가 공식화되면 국내 기업들에겐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이 대통령과의 연쇄 회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국의 대미 투자 문제 등 한미 관계 주요 현안에 대해 통화했다.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을 위한 양국 간 안보 협의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