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리 공장이 오하이오에 들어서자, 美 기업들 줄줄이 문 닫았다

트럼프는 "중국 투자 환영한다. 돈 쏟아져 들어온다"고 하지만
미 기존 기업들, '불법 노동자 고용' 의혹 제기하며 가격 경쟁에 밀려
미 정부, 푸야오의 12개 관련 공장 급습했지만 한 명도 기소 못해
WSJ "中 기업이 미국 진출 시 기존 핵심 기업들이 붕괴되는 위험 보여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자신의 자동차 관세 덕분에 “외국인들이 미국에 들어와서 공장을 짓고 여러분을 고용한다면 아주 훌륭한 일”이라며 “중국, 일본이 들어오게 하라. 실제로 그들이 들어와서 공장을 짓고 있다.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말했다. 미국 내 외국인 직접 투자로, 미국인 노동자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부품 산업의 주요 벨트인 오하이오주 모레인에서 10년째 가동 중인 중국의 유리 제조 대기업 ‘푸야오(福耀) 글래스 아메리카’의 현실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미국의 오래된 자동차 유리 기업들이 푸야오 글래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계속 문을 닫았고, 급기야 미 연방정부는 노동자들의 불법 신분을 파헤치기 위해 2년 전에는 이 기업과 부품 자회사들을 급습했다.

멕시코 경쟁기업인 비트로의 워싱턴 로비로, 2024년 미 연방정부 단속기관들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의 모레인 공장을 급습했다. /데이턴 데일리 뉴스
멕시코 경쟁기업인 비트로의 워싱턴 로비로, 2024년 미 연방정부 단속기관들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의 모레인 공장을 급습했다. /데이턴 데일리 뉴스

미국 내 다른 경쟁사들은 이 회사가 외국인 불법 고용을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춘다고 주장했지만, 일부에선 경쟁력이 없는 미국 회사들의 근거없는 불평이라고 반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야오 글래스 공장은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푸야오가 모레인에 들어선 것은 2014년이었다. 푸야오가 ‘죽은’ 제너럴 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해 완전 가동에 들어간 2016년 10월 기념행사에는 존 케이시크 당시 오하이오 주지사와 주ㆍ연방 상ㆍ하원의원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2014년 폐쇄된 제너럴 모터스(GM) 공장에, 중국의 유리 제조 대기업인 푸야오 글래스가 들어서서 8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뉴스를 전한 당시 현지 일간지 보도/데이턴 데일리 뉴스
2014년 폐쇄된 제너럴 모터스(GM) 공장에, 중국의 유리 제조 대기업인 푸야오 글래스가 들어서서 8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뉴스를 전한 당시 현지 일간지 보도/데이턴 데일리 뉴스

당시 세제 혜택을 듬뿍 받고 시작했을 때, 푸야오 공장은 “중국 자본이 미국을 살리고, 침체된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을 되살린다”는 장미빛 희망의 스토리였다.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는 2020년 모레인 공장을 확장했고, 현재 오하이오ㆍ일리노이ㆍ미시간ㆍ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 공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많은 미국인은 푸야오 모레인 공장에 속았다고 느낀다. 이 공장의 낮은 임금과 복지 축소, 비(非)인격적 노사 관리, 노조 결성 실패 등은 중국과 미국의 문화 충돌로 이어졌고, 2019년 방영된 넷플릭스의 ‘아메리칸 팩토리(American Factory)’의 소재가 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2020년 오스카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포스터(2019)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포스터(2019)

현재 푸야오는 GMㆍ포드ㆍ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다. 그러나 푸야오의 모레인 공장이 가동되면서, 멕시코에 본사를 둔 경쟁기업 비트로(Vitro)사는 푸야오의 낮은 제품 가격을 맞추지 못해 2019년부터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인디애나 주의 3개 공장 문을 닫았다. 또 올해말까지 푸야오의 모레인 공장에서 차로 약 1시반 45분 떨어진 오하이오주 크레스트라인 공장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구 4500명인 크레스트라인에서 비트로 공장은 미국인 250명을 고용해, 이들의 일자리 상실은 지역 경제에 치명적이다.

푸야오의 미국 내 경쟁 기업들은 푸야오가 불공정한 사업 관행과 노동 관행을 저질러, 낮은 가격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2024년 7월 푸야오 공장을 급습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ㆍ연방수사국(FBI)ㆍ국세청(IRS)ㆍ국경순찰대ㆍ경찰이 총출동해 푸야오 공장과 12곳 이상의 관련 사업체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푸야오와 미국 내 계열사들이 자동차 유리 산업에 종사할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밀입국시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공장까지의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은닉·운송·고용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형사 기소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당시 급습에서도, 푸야오 공장 전(全) 직원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또 푸야오 협력업체 직원들 중에서 ‘불법 신분’인 자들은 급습 당일 출근하지 않았다.

결국 미 연방정부의 조치는 작년 4월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가 이들 중국계 자회사들에 불법노동자 고용을 위해 1억2600만 달러를 흘려 보냈다며, 이 금액에 대한 민사 몰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데 그쳤다.

푸야오의 스텔라 장 대변인은 WSJ에 “모레인 공장은 모든 직원이 합법적인 노동 자격을 갖췄으며, 협력업체들도 신규 채용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의 제품 가격은 미국의 다른 공장들 제품보다 10%가량 싼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로와 워싱턴의 우호 세력은 푸야오의 성공이 중국이 미국의 제조역량을 잠식하고 핵심 산업을 약화시키려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즉,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로부터도 보조금을 받으면서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해 관세를 회피하고 동시에 저가 전략으로 미 제조업체들을 압도하는 이른바 ‘내부 덤핑(internal dumping)’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푸야오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어떤 산업이든 장기적인 성공은 가격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고객들은 기술 전문성ㆍ품질ㆍ납기 신뢰성ㆍ서비스 우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푸야오를 선택한다”며 모레인 공장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3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의 모레인 공장과 본사
푸야오 글래스 아메리카의 모레인 공장과 본사

푸야오의 성공은 미 의회와 일부 연방 기관들 사이에서 중국이 미국 내 공장들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과 다른 핵심 산업을 교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국가안보 우려를 낳았다.

미국의 전통적인 구리 기업들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 새로운 가공 시설을 건설·운영하며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백악관과 상무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쟁사 비트로 측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신규 장비를 설치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푸야오의 가격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 연말 폐쇄 예정인 비트로 사의 크레스트라인 공장장 리치 패런은 “지난 7년간 주문이 50% 줄었다”고 말했다.

WSJ는 비트로의 많은 미국인 노동자는 트럼프의 미 제조업 재건 기조를 지지했는데, 정작 트럼프 행정부가 푸야오는 환영하면서 일자리가 위협받는 자신들은 돕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푸야오의 모레인 공장에 대한 미국 내 의견은 여전히 갈린다. 버니 모레노 미 연방 상원의원(공화ㆍ오하이오)은 푸야오 공장이 새로운 소유주에게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 투자를 지지하는 모레인 인근 주요 도시인 데이턴의 상공회의소 회장 크리스 커슈너는 비트로 사의 불만은 “그저 시장 점유율을 잃은 경쟁사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화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동차ㆍ구리ㆍ철강ㆍ알루미늄ㆍ핵심 광물과 같은 보호 산업에 대한 중국인 투자를 더 엄격히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투자 협정을 체결할 때에, 이러한 제한 조치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전했다./조선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