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서에 '한반도 비핵화' 뺐다…"북핵 암묵적 수용 시사"

손잡은 김정은-시진핑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시스

중국이 최근 19년 만에 발간한 군비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중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서 기존에 명시해왔던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를 삭제했다.

백서는 ‘핵 비확산’ 부분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 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는 기존 군비 백서 내용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중국은 2005년 펴낸 군축 백서에서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 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명확히 밝혔었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 안보 협력 백서에서도 동일한 표현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우선시하게 되면서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지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은 공식 문서에서 더 이상 ‘비핵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반복적인 압박 속에서 중국이 결국 핵 문제를 양자 관계 변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조 변경은 최근 북중 관계가 다시 밀착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 후 중국이 공개한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핵·미사일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머시 히스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핵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면서 중국이 최소한의 중립적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조선국제